사실 점성은 저의 주전공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타로를 공부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점성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천문학이 아닌 점성학에서의 별들은 타로 카드처럼 상징이라고 간주합니다.
그런 면에서 2026년 새해에는 재미있는 점성학적 현상들이 생기는데요, 그중에서 토성과 해왕성의 합(conjunction)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이들 외행성은 2026년 2월 20일에 천궁도 위의 한 점에서 만납니다. 느리게 움직이는 행성들이니만큼 이 날짜를 전후로 약 2주, 그러니까 약 한 달 정도 시기에 이 현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규칙과 규범, 통제라는 이미지와 연결되는 토성이고 고전 점성에서는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지만, 이상이나 환상과 관련된 해왕성은 토성보다도 더 멀리 돕니다. 가장 최근에 토성과 해왕성이 만난 1989년에는 대표적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무리 구소련이 서방과 가까워진다고는 하지만 독일이 그리 쉽게 통일되겠냐 싶었습니다. 그런데 돼 버렸지요. 같은 해의 또다른 주요 사건으로는 중국 천안문 항쟁이 있습니다. 결국은 실패했지요. 이 두 사건은 해왕성과 토성이 함께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실 토성과 해왕성은 올해(2025년)에 이미 한번 만났습니다. 7월 31일에 1도 이내의 차이로 합을 이뤘습니다. 문제는 이때 두 행성 모두 쌍어궁에서 백양궁으로 넘어간 지 얼마 안 되는 위치(2도)에서 역행중이었다는데 있습니다.
7월 31일을 기준으로 전후 약 1개월씩, 총 2개월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 재구속, 소비쿠폰 시행, 이재용 삼성 회장 회계부정혐의 무죄확정, 예스24 서비스 마비, 강원도 제한급수 등이 있습니다. 시간차가 좀 있지만 정보자료원 화재사건도 있습니다.
해왕성은 쌍어궁에서처럼 활기를 보이기 어렵고, 토성은 불편한 백양궁으로 진입한 상태입니다. 이상은 환상에 밀리고, 세상의 관리자는 제멋대로 날뛰는 양들을 쉽게 붙잡지 못합니다. 물과 관련된 사회적 말썽 또한 해왕성과 연결됩니다.
2026년 새해에 있을 토성과 해왕성의 재결합은 이와 달리 둘 다 순행중에 나타납니다. 해왕성은 눈을 뜨고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는지를 바라보고, 토성은 뭘 막고 뭘 내버려 둘 지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다는게 올해 나타났던 현상과의 차이점입니다.
타로 카드로 보면 해왕성은 <행드맨>, 토성은 <월드>, 그리고 백양궁은 <엠퍼러>에 각각 대응됩니다. 황금새벽회 체계에서는 해왕성이 쓰이지 않지만 현대 타로에서는 물 원소 카드인 <행드맨>에 대응한다고 간주합니다.
여러 점성가들은 2026년의 토성-해왕성 컨정션에 대해 억지로라도 현실세계로 끌려나온 희망과 이상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규칙이라는 정해진 길 위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혹은 십몇년간 나타났던 무비판적이고 무조건적인 이상의 우위는 이제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어떤 이상이 현실과 연결되는지, 그동안 기대했던 것들 중 어떤 게 환상이었는지가 본격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환상으로 판단된 것들은 더 이상 현실 세계에서 자리잡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양자리 기호는 싹이 트는 모습으로도 이해됩니다. 그런데 싹이 튼다 해서 모두가 다 자라는건 아닙니다. 싹튼 곳의 날씨와 토양을 견뎌내야 자라납니다. <행드맨>의 인물은 물 속에서 거쳐야 할 고난을 겪지만, 그 고난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오해하거나 아예 수단과 목적을 뒤바꿔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엠퍼러>를 만나면 그다지 즐겁지는 않겠지요. 환상 속으로 퇴행해 버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입니다. 물러나야 할 때를 인정하지 않고 보기 흉하게 버티는 사람들도 언제나 있게 마련입니다.
집단 감성이나 집단 무의식 중에서 현실 여건과 잘 부합하는 부분들은 집단 지성으로 변모할 수 있겠지만, 집단 감성이나 집단 무의식에 속했던 사람들의 희망대로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점성가들은 두 행성이 순행 과정에서 컨정션을 형성하기 때문에 낡은 제도가 해체되는 여건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나 사상이 그동안 낡은 제도 때문에 변질되거나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현상이 완화될 거라는 기대입니다. 어떤 점성가는 인공지능(AI)이 2026년을 기해 본격적으로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뉴미디어나 새로운 지불수단에 대해 시행됐던 규제가 풀리거나 완화될 수 있는 환경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규정하는 집단 의식 차원에서의 컨센서스가 비가역적으로 바뀌는 현상도 예상됩니다. 사회적으로 뭐가 옳고 그른지를 놓고 그동안에 이상이나 당위성의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졌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현실 사회에 적용할 지를 더 중시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의 감정이나 감성 표현을 제멋대로 수익화하거나 선동 목적으로 비틀고 악용하려는 시도들도 꾸준히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소수자의 경우 취약계층에 속한다거나 소수자라는 점만으로는 더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의 근거를 따지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과격한 방식을 택한다면 그야말로 모닥불에 뛰어드는 나방 신세가 될 뿐입니다. 왜 소수자가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백양궁의 의미 중에 혁신이나 선도라는 부분이 있고 일단 들이받고 보는 무모함 또한 그 성격 중 하나지만, 아무리 기능이 저하됐다 해도 토성은 토성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거친 이상의 현실 정착과 제도화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1989년의 급격하면서도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1952~1953년의 정제되고 질서있는 변화 쪽에 가까우리라 예상됩니다. (1953년은 한국전쟁 휴전이 성사된 때입니다)
해왕성만을 놓고 본다면 해왕성은 이제 약 15년간의 쌍어궁 시기를 뒤로 합니다. 지난 약 15년간 자신의 ‘집'(지배궁)에 돌아온 해왕성은 지성을 가진 인류 전체가 꿈과 예술적 감성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고, 스피리츄얼리티가 다시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케이팝이나 웹툰이 전세계로 확산된 현상 또한 해왕성 영향력의 발산과 관련됩니다. 2020년의 코비드-19 팬데믹이 스피리츄얼리티의 물질적 여건을 조성했다면 해왕성의 영향력은 비물질적 조건이었습니다. 넓게 보면 전염병 창궐 역시 해왕성의 영역에 속합니다.
이제 그 해왕성이 차분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백양궁으로 들어가서 약 15년간 머뭅니다. 쌍어궁 시기에 형성됐던 집단 무의식은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단단한 지표를 뚫고 싹을 내야 합니다. 스피리츄얼리티는 이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각도로 현실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재단받고 비판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련을 이겨낸 사람만이 스피리츄얼리티를 이어가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백양궁은 승리자를 받들지만 패배자에게는 가혹한 곳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점성의 영향은 일종의 날씨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비나 눈이 온다고 해서 출근을 안하는건 아니지요. ‘별은 부추기지만 강요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도 있습니다. 느린 외행성들은 더더욱, 잘 모르는 사이에 ‘어라, 이게 언제 이렇게 됐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느리지만 꾸준하게 집단 (무)의식을 유도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미래는 자신의 행동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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